사회적 가치까지 생각하는 벤처.. SK만이, SK니까 할 수 있는 시도 [사내벤처 키우는 대기업]
SK하이닉스 사내벤처 하이게러지 1기 출범식. SK하이닉스 제공
"하이게러지는 SK하이닉스가 사업 모델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이석희 사장은 지난해 1월 사내벤처 공식 출범식에서 사업화 성공으로 노력의 결실을 보여 달라고 당부하면서 사내벤처 프로젝트를 이같이 소개했다. SK하이닉스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창업 성공을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새롭게 탄생하는 벤처기업들은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등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도 갖고 있다.
■도전 전폭 지원, 실패시 재입사 보장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하이게러지(HiGarage)'를 지난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성원의 우수한 아이디어에 대해 회사 차원의 지원을 통해 창업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하이게러지라는 명칭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차고(garage)에서 창업한 것에서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
하이게러지는 SK하이닉스 구성원을 대상으로 지원자 모집을 거쳐 사내외 전문가의 심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선정된 구성원은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 별도의 공간에서 벤처 사업화를 준비하게 된다. 최대 2억원의 자금이 지원된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외부 벤처 전문가의 컨설팅도 수시로 지원한다.
또 전담 조직에서는 근무시간 자율제와 절대평가 기준 인사평가 실시로 창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특히 이 기간 내 사업화에 실패할 경우 재입사를 보장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만약 최종 사업화 과정에서 창업이 아닌 사내 사업화를 선택할 경우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해당 임직원에게도 일정 부분 배분한다.
■1기 4개팀 도전중, 2기 확대 출범
하이게러지 1기는 지난 2018년 8월 구성원 아이디어 공모전을 시작으로 총 6개 팀이 창업에 도전했으며 1년여를 거친 담금질을 통해 4개팀은 창업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초기 창업 성공률 제고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혁신형 창업과제에 도전했으며, 최종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는 성과도 거뒀다.
창업에 성공한 4개 팀은 △차고엔지니어링(김형규 대표, P&T 칠러 개발) △RC테크(임태화 대표, 노후장비 개선) △MHD(이성재 대표, 신규 반도체 공정 및 소재 개발) △알세미(조현보 대표, AI 기반 반도체 모델링 솔루션) 등으로 지난해 8월 법인 설립을 마쳤다.
주요 선발 사례로는 먼저 '테스트 공정용 칠러 장비 국산화'가 있다. 테스트 공정용 칠러는 공정 중 온도조절에 사용되는 장비로, 외국산이 국내 시장을 주로 점유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접목한 반도체 공정 데이터 모델링 기술'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도체 공정이나 소자 연구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개발 효율을 높이는 알고리즘을 구축할 예정이다.
하이게러지 2기는 확대 개편돼 출범했다. 지난해 8월 하이게러지 2기에 참여할 구성원 아이디어 공모전을 시작으로 창업에 도전할 총 6개팀을 선발을 마쳤고, 지난달 하이게러지 2기를 출범했다. 선정된 6개 팀은 올해 상반기 중 창업진흥원의 '사내벤처 지원사업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사내벤처 팀의 창업 준비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하이게러지 2기부터는 SK하이닉스 구성원이 창업에 도전하는 팀의 서포터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개편됐다. SK하이닉스 구성원이라면 누구든지 사내벤처 팀의 서포터로 참여할 수 있다. 서포터로 선정되면 팀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 개선 제안, 각종 전시행사 도우미, 마케팅 기획, 홍보영상 제작 등에 참여해 사내벤처 팀의 창업 성공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아울러 사내벤처 팀에 도전할 아이디어 심사방식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자유롭게 창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다른 구성원과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내 상시 토론방을 개설하는 등 하이게러지 제도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함께 성장하는 반도체 생태계
SK하이닉스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하이게러지는 반도체 장비·소재·공정 관련 사내 벤처 발굴을 통한 반도체 기술 생태계 확장 측면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1기 참가 팀 중 다수 팀이 소재·공정 국산화, 장비 기능 개선 등으로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하이게러지를 통해 기술 혁신을 이끌어내고, 사내벤처는 SK하이닉스와의 협업으로 안정적인 사업 수익을 확보하는 윈윈 구조를 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1기 하이게러지 성과발표회에서 하이게러지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반도체 창업센터를 개소하고, 지원대상을 사내구성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구성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